국가대표 및 현역 선수 활동을 통해 생긴 러닝에 대한 나의 철학 3가지 | GRC 김영진 코치

1. 부상은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부상에 대한 경험은 한 번씩 있습니다. 부상은 운동선수의 가장 큰 적이며 큰 부상이 올 경우 선수 생명에 위협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 역시도 선수 생활 중 부상으로 인해 은퇴까지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육상 시작 후 10년 가까이 큰 부상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 오다가 생긴 부상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참으면서 훈련을 하다가 결국 큰 부상으로 연결되어 1년 가까이 고생하였습니다.

그 이후, 저는 ‘부상은 곧 은퇴’ 라는 생각을 가지고 몸을 관리했고 그 결과 지금까지 큰 부상 없이 달릴 수 있었습니다. 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건강한 몸을 가졌다고 좋겠다는 말 또는 부럽다는 말을 종종 합니다. 하지만 제가 큰 부상 없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초기 대응을 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달리기 선수에게 오는 부상은 주로 근육의 피로가 쌓여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 조금이라도 통증을 느꼈을 때 통증 부위의 주변 근육 상태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주변 근육들을 만지다 보면 통증이 온 부위 못지않게 아프거나 많이 뭉쳐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 경험상 우선 그 부분을 먼저 폼롤러, 마사지, 사우나 등을 통해 피로를 풀어주어야 합니다. 또한, 달리지 않고 완전한 휴식을 취하거나 상태에 따라 훈련 강도를 줄여 조금씩 달리면서 관리를 하면 보통 2~일 안에 통증이 완화되었습니다.

통증을 참고 달리면서 좋아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부상이 왔을 때는 한 템포 쉬었다가 다시 달려보시기를 권장합니다!


2. 여유와 꾸준함을 가져야 한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마라톤 출전 후 경기 결과에 만족하지 못해 다음 대회까지 쉬지 않고 월 1000km 이상의 거리를 매일 빠른 페이스로 달리며 대회를 준비했습니다. 대회 2주 전에는 하프마라톤에 출전하여 PB를 세웠지만 목표했던 기록은 달성하지 못하였고, 이로 인한 실망감에 더 욕심내서 훈련하고 출전했던 대회 결과는 ‘기권’ 이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결과에 대한 가장 큰 원인은 여유가 없었던 점 같습니다. 누가 말려도 듣지 않을 정도로 쉬지 않고 더 많이, 더 빨리 달리려고 했는데 훈련 과정에서 모든 힘을 쓰고 진정으로 힘써야 하는 대회에서는 무기력하게 달리는 상황이 되었던 것입니다. 반대로, 동계 훈련 내내 여자 선수들의 페이스메이커로써 그들의 페이스에 맞추어 훈련하고, 개인적인 빠른 페이스의 훈련은 주 1~2회 빌드업 훈련 정도로 시즌을 준비한 적이 있습니다.

시즌 첫 대회였던 하프마라톤은 트랙 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했고 대회 일주일 전에 인터벌을 가볍게 한번 한 후에 대회에 출전하였습니다. 놀랍게도 결과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국내우승과 대회신기록 달성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분위기를 이어 계획에 없던 풀코스까지 도전 했고, 이를 위한 준비도 무리하지 않고 여자 선수들과 훈련하며 한번씩 포인트 훈련을 해주는 방법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이 대회 결과 또한 국내우승과 PB에 근접한 기록이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저는 ‘정답인 훈련 스케줄은 없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록에 대해 욕심을 내는 것도 좋지만, 부족함을 느끼더라도 여유를 가지고 꾸준하게 달리면 기록을 단축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남들과 똑같이 먹고 자고 뛴다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제가 후배들에게 항상 하는 말입니다. 기량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단기간에 잘 뛰는 선수들을 따라잡는 것은 어렵습니다. 저 또한 실업팀 입단 후 4년이 지나고 첫 하프마라톤 우승을 하였고, 3000m 장애물 경기는 시즌 전관왕을 하며 두각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경쟁에서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선수들보다 더 노력해야 하며, 똑같은 훈련, 똑같이 생활방식으로는 그들을 따라 잡기 무척 어려울 것입니다.

저의 경우 장이 튼튼한 편이 아니라 음식도 신경 써야 하고 나이가 들수록 후배들보다 체력적인 부분도 더 신경 써야 합니다. 그래서 현재는 훈련 시간 외에는 피로 회복에 중점을 두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올라가는 건 힘들지만 내려오는 건 쉽다’ 라는 말처럼 달리기 선수도 좋은 컨디션을 끌어 올리기 위해 피, 땀, 눈물을 쏟으며 올라가지만 내려오는 건 미끄럼틀 타고 내려오듯 한방에 내려오기 쉽습니다. 저는 은퇴하는 그날까지 나만의 몸 관리 루틴을 잘 지키면서 운동을 하고 싶습니다.